서로 치고 때려도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된 사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경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발행한 2024년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신체폭력의 예시 상황으로 “신체를 손, 발로 때리는 등 고통을 가하는 행위”, “장난을 빙자한 꼬집기, 때리기, 힘껏 밀치기 등 상대방이 폭력으로 인식하는 행위”를 기재해놓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서부교육지원청 사안번호 2023-22* 사건의 경우 초등학교 5학년 학생 둘이 체육시간에 방망이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던 중 한 명이 먼저 팔꿈치로 상대방의 어깨를 친 후, 반대로 상대방은 위 학생의 팔을 3대 때린 장면이 CCTV로 촬영되어 사실관계의 다툼이 없는 사안에서, ‘이와 같은 행위가 체육 수업 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단순 실랑이로 여겨지는 점, 수업 후 담당 교사 입회하에 화해한 점 등에 비추어 학교폭력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움’이라고 심의하였습니다.
위 학생 둘 사이에는 위 사안 외 다른 사실관계에 관하여도 서로 신고를 하였는데,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서로 주장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심의위원회는 “교우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나 분쟁의 발생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고, 이러한 갈등과정에서 오해를 풀고 대인관계 능력을 습득해 나가는 과정은 학생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상호작용 속에서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행위가 다소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들이 학교폭력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움”이라고 심의하였습니다.
위 심의조치에서 주목할 점은 학생들간 행위가 설령 법률과 가이드북상의 학교폭력 또는 신체폭력의 개념에 포섭이 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모두 학교폭력으로 판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형력의 행사로 상대방의 신체에 피해를 끼치고 고통을 가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행위를 모두 학교폭력으로 판단하여 조치하기보다는, 교우관계 및 성장과정의 특수성을 고려한 심의로 매우 의미 깊은 조치였다고 사료됩니다.
학창 시절에 감정의 격화되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웃으면서 친한 관계로 되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보며 경험했습니다. 어린 친구들 사이의 다툼을 어른들의 시각과 관념에 가두어 그들에 대한 낙인을 생활기록부상 남기기보다는, 서로의 감정과 행동이 서툴렀다는 점을 각자가 학교생활을 해나가며 깨닫고 다시 웃으며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